한강, 한국 첫 노벨 문학상 수상
[ 괜찮아 ] —시: 한강
태어나 두 달이 되었을 때
아이는 저녁마다 울었다
배고파서도 아니고 어디가
아파서도 아니고
아무 이유도 없이
해질녘부터 밤까지 꼬박 세 시간
거품 같은 아이가 꺼져버릴까 봐
나는 두 팔로 껴안고
집 안을 수없이 돌며 물었다
왜 그래,
왜 그래,
왜 그래,
내 눈물이 떨어져
아이의 눈물에 섞이기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문득 말해봤다
누가 가르쳐준 것도 아닌데
괜찮아.
괜찮아.
이제 괜찮아.
거짓말처럼
아이의 울음이 그치진 않았지만
누그러진 건 오히려
내 울음이었지만, 다만,
우연의 일치였겠지만
며칠 뒤부터 아이는 저녁 울음을 멈췄다
서른 넘어야 그렇게 알았다
내 안의 당신이 흐느낄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
울부짖는 아이의 얼굴을 들여다보듯
짜디짠 거품 같은 눈물을 향해
괜찮아
왜 그래,가 아니라
괜찮아
이제 괜찮아.
.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 문학과지성사, 2013
소설가 한강이 대한민국 최초로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됐습니다. 스웨덴 한림원 내 노벨위원회의 안데르스 올손 의장은 수상자 선정 기자회견에서 "역사의 상처를 마주보고 인간 삶의 취약함을 그대로 드러내는 작가의 강렬한 시적 산문"을 높이 칭찬했습니다.
안녕하세요! MBC Local 목포의 에디터입니다.
노벨문학상 수상으로 한강 신드롬이 불고 있습니다. 이 기쁜 소식을 함께 나눌 수 있다는 것 자체가 행복합니다.
📮10월 16일, MBC 로컬 목포 뉴스레터 살펴보기 !
• 📚첫 노벨문학상 수상 소설가 한강 누구?
• 아버지가 말하는 한강은‥"시적인 감수성 가진 좋은 소설가" 🌸
•✒️✒️역사적 트라우마에 맞선 작가!
•🖋️🖋️"우리는 한강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한마음으로 축하❗️
📚📚첫 노벨문학상 수상 소설가 한강 누구?
한국인으로 첫 노벨문학상의 영예를 안은 소설가 한강은 1970년생으로 대학에서 국어국문학을 전공했습니다.
1993년에 [문학과 사회] 겨울호에 [서울의 겨울] 등 시 4편을 실으면서 시인으로 먼저 등단했습니다
이듬해인 1994년에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소설 [붉은 닻]이 당선되면서 소설가로서 첫발을 내디뎠습니다.
1995년 첫 소설집 [여수의 사랑]을 출간한 이후부터는 직장을 그만두고 전업 작가로서 집필 활동에 집중했습니다.
소설가 한강을 대중적으로 알린 작품은 2005년 이상문학상을 수상한 소설 [몽고반점]입니다.
이상문학상 수상위원회는 당시 1970년대 생의 젊은 작가로 한강을 수상자로 선정하면서 다른 젊은 작가들과는 달리 진중한 문장에서 깊은 세계 인식이 드러난다고 수상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특히 아버지인 소설가 한승원과 함께 부녀가 이상문학상을 동시에 수상하는 진기록을 낳기도 했습니다.
소설가 한강은 등단 이후 굵직한 작품을 연이어 내놓으면서 일찌감치 차세대 한국 소설의 선두주자로 자리를 굳혔고 작품이 영미권으로 번역되면서 세계 문학계에서도 주목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2016년 5월에는 소설 채식주의자로 노벨문학상과 함께 세계 3대 문학상으로 꼽히는 부커상 국제 부문 수상자로 선정되면서 국제적 명성을 쌓았습니다.
이어 부커상에 이어 올해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되면서 소설가 한강은 세계 문학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작가로 떠올랐습니다.
소설가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을 계기로 영미 작가들이 주도하는 세계문학계에서 한국 문학이 재평가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아버지가 말하는 한강은‥"시적인 감수성 가진 좋은 소설가"
"세계 곳곳에서 전쟁으로 날마다 주검이 실려 나가는데 무슨 잔치를 하겠냐"고 말했다는 한강 작가.
이 이야기를 전한 건 그의 아버지 한승원 작가였습니다. 소설 '아제아제바라아제'를 집필한 한승원 작가 또한 국내 문학에 한 획을 그은 소설가인데요. "한강은 자신을 뛰어넘은 작가"라고 말했습니다.
장녀 한강이 노벨상을 받기엔 아직 어려, 처음엔 수상 소식을 믿지 않았다며 한강이 앞 세대를 뛰어넘은 이유에 대해선 "현실적이고 역사적인 트라우마가 환상을 만난 아름다움을 그렸기 때문"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또한 "한강은 '승어부', 즉 아버지를 뛰어넘은 자녀"라며 "자신을 닮지 않고, 스스로 섬세하고 아름답고 슬픈 문장을 만들어냈다"고 칭찬했습니다.
✒️✒️역사적 트라우마에 맞선 작가!
노벨상 위원회가 밝힌 이유처럼, 한강 작가는 강렬한 시적 산문으로
역사적 트라우마에 맞섰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특히 철저한 고증으로 써내려간 작품 <소년이 온다>는 5.18 당시 군에 의해 희생된
광주 시민들의 아픔을 어루만졌습니다.
광주 북구 중흥동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던 한강 작가는 서울로 이사를 간 뒤,아버지가 몰래 숨겨 가져온
한 사진첩을 보게 됩니다.
5.18 당시 광주의 참상이 적나라하게 담겨있었고 한 작가에게 오월의 광주는 다루지 않을 수가 없는
운명같은 존재가 되었습니다.
그렇게 탄생한 <소년이 온다>는 국가폭력에 희생된 이들의 삶을 뜨겁게 그려냈습니다.
집필 전, 9백 명의 증언이 있는 오월민중항쟁사료집을 완독하는 등 철저한 고증을 거치기까지 했습니다.
🖋️🖋️"우리는 한강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한마음으로 축하
아픈 역사를 현대 산문으로 탄생시키며 세계적인 문학가의 반열에 들어선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에 시민들도 한마음으로 축하했습니다.
지역 문학계는 이번 수상이 '역사적 사건'이자 '경사'라며 고마움을 표했습니다.
도서관에는 한강 작가의 책들을 모은 전시 공간이 마련됐습니다.
전남도는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을 기념하고 '책읽는 문화'를 위해 매년 문학박람회를
개최하겠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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